퇴사 후 밀려온 불확실함, 나를 지켜준 것은 ‘구조’였다

퇴사를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솔직히 ‘불안’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월급이 끊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왔다. 회사에 다닐 때는 매달 정해진 날짜에 급여가 들어왔고,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다음 달의 생활이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했다.

하지만 퇴사 이후에는 그 당연했던 흐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장 먼저 무너질 줄 알았던 게 바로 돈이었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속도에 예민해질 것 같았고,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만 봐도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의외의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들었던 건 단순히 ‘돈의 크기’ 자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무서웠던 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 그 자체였다.

앞으로 수입이 언제 다시 생길지, 지금 쉬고 있는 시간이 괜찮은 선택인지,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

그 불확실함은 생각보다 훨씬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퇴사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구조’라는 단어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돈을 많이 모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의 크기보다도, 내 삶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구조’ 위에 올려두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생활비와 예비자금을 분리하고, 파킹통장에 일정 수준의 현금을 유지하고, ISA 계좌를 활용해 장기적인 투자 구조를 만드는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예전보다 무리한 소비보다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쪽에 더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당장 엄청난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삶의 흐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어쩌면 그래서 블로그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솔직히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건, 글을 쓰고 사이트를 운영하는 과정 자체가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워드프레스 구조를 이해하려고 몇 시간을 붙잡고 씨름하고, 댓글 기능 하나 붙이려고 삽질하고, 썸네일 이미지 하나 수정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과정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가만히 앉아 불안해하고 있는 것보다, 무언가를 내 손으로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이 나를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아직 미래가 명확한 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불안한 순간은 있다. 퇴사 이후 당분간은 고정적인 수입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단순히 ‘돈이 많아야 안정적이다’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 삶을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있을 때, 사람은 조금 덜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내가 정말 원했던 건 단순히 많은 돈이 아니라,

미래를 조금 덜 두려워하며 오래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구조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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